게임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 본편 엔딩 후기

planeswalker 2024. 3. 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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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다른 게임에 밀려 인스톨도 못하고 있었던 위쳐3
드디어 시작. 지금은 본편, 하츠 오브 스톤까지 엔딩 보고 블러드 앤 와인 플레이 중이다. 
일단 본편까지의 소감을 한줄로 표현한다면 '왜 사람들이 갓겜이라고 불렀는지 알게 되었다.'

도입부 케어 모헨에서 찍은 스샷
이랬던 잼민이 시리가
이렇게 잘 컸다니

 

플레이타임

70시간 정도 걸렸다.
메인퀘스트 외에도 같은 지역에서 수행하는 부가 퀘스트나 장비 맞추기 위한 퀘스트를 같이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모든 퀘스트를 다 한것이냐, 하면 반의 반도 안한 거 같다. 특히 필드에서 마주치는 이벤트 퀘스트나 보물 찾기 류는 안 한게 더 많을텐데도 이 정도 플레이타임이라니. 모든 걸 다 해보겠다는 각오로 했다가 100시간이고 200시간이고 더 갈 거 같다는 느낌. 

몰입도

초반에는 잘 몰랐다. 갑자기 이 세계에 떨어진 느낌인데, 마냥 경치 좋네, 이러고 다니기엔 너무 우울하고 외로운 동네이고 (벨렌이 문제다...) 친구도 없고 사람들도 불친절하고. 아무리 위쳐한테 너무한 세상이라지만 그냥 지나가기만 해도 욕하고 뒷담하기 있기 없기 😭 
세계와 게임 시스템, 조작 UI 등에 익숙해지느라 정신 없다가 메인 퀘스트 '피의 남작'을 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퀘스트를 끝내고나자 진짜로 게롤트가 되어 이 황량한 세계에 발붙이고 다니게 된 느낌이었다. 
- 참고로, 나는 남작 자살로 끝났다. 퀘스트 결말에 대한 불만이나 후회는 없는데 대신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 그냥 단순히 선과 악의 한쪽 편을 드는 것으로 선택지를 골라봤자 이야기는 그리 단순하게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이후의 다른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 몇 번 경험해봤지만, 선한 이를 돕기 위해 고른 선택지가 더 큰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고, 악한 이를 벌주기 위해 고른 선택지가 더 큰 파국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그때그때 더 끌리는 것으로 골랐다. 실제 게롤트라고 뭐 항상 옳은 선택만 하겠나 싶어서.

이야기

사실 본편의 이야기는 이미 드라마나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조금의 배경 지식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는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마련이었다. 일단 시리부터 찾아야 하고 아무리 봐도 와일드 헌트랑 손을 잡고 사이 좋은 결말을 맞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게롤트의 인싸력을 발휘하여 최후의 결전을 위해 전력이 되어줄 동료들을 모은다. 그 과정에서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관련된 부가 퀘스트들을 진행한다. 몇개의 선택지를 통해 엔딩이 분기되기는 하나 큰 틀은 정해져있다. 그러다보니 크게 엔딩이 궁금했다기보다는 어떻게 (편하게) 이길 것인가!에 더 관심이 쏠려 있었다. 
나중에서야 어떻게 이길 것인가, 가 아니라 어떻게 시리를 살릴 것인가, 의 문제였구나 알게되었지만. 게임 1회차는 무조건 노공략 노스포로 하는지라 사춘기 딸램 눈치보는 아빠가 되어 선택지를 골랐는데 가까스로 시리가 죽는 배드 엔딩은 면했다. 그리고 시리는 닐프가드의 황제가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되었다.
대륙을 지배하는 황제가 될 것인지, 자연인 위쳐로 살 것인지 과연 어느 엔딩이 더 좋은 엔딩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워낙 각기 장단점이 뚜렷해서. 시리 빼고 모두가 행복한 다크나이트 식 황제 엔딩이 사실 취향은 아닌데... 그래도 이 험난한 세상에서 대놓고 노리는 자들이 많은 능력을 가진 자로서 살아가려면 차라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어서 그럭저럭 만족했다. 

 

 

 

세계

초반 벨렌 지역 자체가 게임에 정붙이지 못하고 접게 만드는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한다. 축축하고 황량하고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우울한 동네. 어딜가나 시체가 널려있고 주민들이 몰살당한 채로 괴물들만 배회하는 마을이 수두룩한 곳. 이 세계는 원래 이렇게 꿈도 희망도 없이 암울한 건가 싶었다. 그래서 피의 남작 같은 퀘스트와 더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노비그라드에 도착하니 그제서야 숨통이 트인 느낌. 역시 사람 사는 느낌 풀풀 나는 대도시가 좋아 😊 
드넓은 자연이 주는 아름답지만 위험한 느낌과 빽빽한 대도시가 주는 활기와 혼란함. 그 외 미스테리가 가득한 여러 지역들. 성의 없이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고 구석구석 섬세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그 방대한 넓이와 그 안에 가득한 이야기들이라니. 만들어진 세계를 과연 내가 몇 %나 탐험했을까 궁금하다. 

음악

필드에서의 황량함. 대도시의 시끌벅적함. 전투 시의 긴박함. 적재 적소에 훌륭한 음악들이 삽입되어 있어 귀가 즐거웠다. 구린 모니터 스피커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음악들이었다.

연출

RPG 게임이니 전투 비중이 많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내게는 전투보다는 비주얼 노벨에 가까운 게임이었다. 난이도 낮춰 놓고 해서 더 그랬을 테지만. 퀘스트 진행 중 이벤트가 발생해 컷씬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매우 많은데 이 때 연출이 어색함 없이 좋았다. 게임 속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사나 게롤트의 나레이션 분량만으로도 드라마 대본을 능가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래선지 미드 한 시즌을 통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고전적인 방식인 '책'을 통해 읽는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눈과 귀와 손이 동시에 즐거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게임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라면
- 안개의 섬에서 시리와 재회하는 게롤트. 그 장면 연출도 분위기도 너무 먹먹함을 잘 살렸다.
- 케어모헨의 전투에서 베스미어의 마지막 전투.
- 와일드 헌트와의 격돌. 에레딘과의 전투.
- 그리고 닐프가드로 떠나는 시리와의 이별.

 

더빙

최고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 그저 지나가는 얼굴도 기억 안나는 마을 NPC들이 내뱉는 말에 마음에 상처 입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왜 그냥 길 가고 있는 사람에게 욕을 해욧! 지나가는 위쳐 서럽게! 😭 심지어 침도 뱉고. 초반에 말타고 가는데 도적떼가 ㅆㅂㄴ이라고 욕하길래 내려서 다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저쪽은 다수이고 레벨도 높아서 분노 조절 잘 하고 가던 길 그대로 갔던 기억이 아련하다. 
자막이 있긴 하지만 더빙을 통해 바로 귀에 들리는 대사가 주는 몰입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성우분들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 게롤트 역 정성훈님은 그냥 위쳐 게롤트 그 자체. 그리고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램버트 역의 박성태님. 워낙 게임 더빙에서 낯익은 분이라 목소리 듣자마자 알았는데 램버트라는 인물이랑 또 너무 찰떡으로 잘 어울렸다. 
더빙이 너무 좋아서 반복되는 대사 아니고서는 스킵 없이 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새삼 풀 더빙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낀 게임. 

 

불편했던 거

- 말달리기. 로취가 지 멋대로 가는 거 같은 기분인데 그저 내가 말을 잘 못 다루는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이눔 자식 나중에 보면 엉뚱한 곳에 짱박혀서 쉬고 있고... 이게 고증을 잘 한거야 아니면 AI가 미친거야?🤔
- 루팅. 이렇게 불편하게 할 거면 차라리 자동 루팅 만들어줘!
- 맵이 너무 방대하다보니 발생하는 현상 같은데, 아주 나중에서야 방문하게 되는 지역의 퀘스트 레벨이 낮아서 김빠지는 경우가 있다. 특별히 동선에 대해 알려주지 않고 알아서 탐험하라, 그리고 탐험하다 만난 의외의 장소에도 네가 할 수 있는 퀘스트들이 있다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타이밍과 레벨이 맞지 않아 그대로 포기한 퀘스트들도 좀 있다보니 그 부분이 아쉽다. 

 

참, 연애는 트리스💘와 했다!
퀘스트 진행하다보면 노비그라드에서 트리스와 함께하는 퀘스트를 먼저 하게 되던데, 어떻게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지? 그냥 개인적으로도 예니퍼보단 트리스의 외모가 내 취향이어서 그대로 트리스에게 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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