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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필립 K.딕 걸작선] 8. 티모시 아처의 환생

by planeswalker 2026.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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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ansmigration of Timothy Archer

책 내용에 충실한 표지 이미지. 티모시 아처가 버섯을 찾으러 갔지.

 

오래간만에 다시 필립K딕의 책을 들었다. 발리스 3부작의 마지막 책. 작가의 마지막 작품으로 사후에 출간되었다. SF라기보다는 일반적인 드라마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도입부를 맞게 읽은 것인지 몇번이나 확인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읽은) 그의 작품에서 처음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여성 화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낯설지만 기쁜 느낌.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앤젤이라는 살아숨쉬는 것처럼 생생한 인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어떤 면에서는 딕의 SF 소설 속 남자 주인공들보다 훨씬 입체적이랄까. 

이전 두 작품과 비슷하게 신앙, 신비로운 경험, 진리 탐구, 지식의 통달 등 신비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과연 티모시 아처는 환생을 하긴 하나, 라는 의문이 읽는 내내 있었는데 결국 말미에 가서 그는 환생을 하긴 했다. 그것이 진짜 <환생>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이 책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 성공회 주교이지만 어찌보면 종교로부터 가장 자유로울지도 모르는 티모시 아처
- 가장 섬세하고 연약한, 인간다운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제프 아처
- 누구보다 솔직하고 스스로 원하는 걸 쟁취하며 사는 키어스틴 룬드보그
- 세 명의 친구를 잃고 절망하지만 그럼에도 상처 가득한 삶을 살아가려하는 앤젤 아처
- 가장 미쳐있지만 가장 제 정신이기도 한, 그래서 현실과 맞닿아 있는 빌 룬드보그

각각의 개성적인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어쩌면 티모시 아처가 장황하게 설명하는 지식 탐구는 훼이크고, 사실은 사랑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탄은 하느님에 대해 최대한 완벽하게 알고 싶었어. 그런데 하느님이 되면, 스스로 하느님의 자리에 오르면 가장 완벽하게 알아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 (중략) 사탄은 하느님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눈 깜빡하는 동안 하느님이 되는 데 따르는 여우언한 형벌과 추방을 기꺼이 감수했다. 
(중략) 하지만 내 생각에 사탄은 형벌을 반기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이 하느님을 알았고 사랑했다는 증거니까."

- 티모시 아처 주교가 말아주는 2차 해석
학창시절에 단체의 <신곡> 마지막 편을 처음 접했을 때 꼭 내 이야기 같지 않았던가. 천국편 33곡이 나에게는 절정이었다.

나는 그 깊은 불꽃 속에서 보았다.
우주의 미로 속에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한 권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
본질과 사건과 그들의 관계가
혼연일체가 된 것처럼 그렇게
하나의 불꽃 속에 들어 있었다.

영국의 시인 로렌스 비니언의 탁월한 번역에 언어학자인 C.H.그랜전트가 이런 주석을 달았다.

하느님은 우주의 책이다.
그런데 아일랜드 공화국군에 성금을 보낸다는 이 아일랜드계 사기꾼 아주머니를 앞에 두고, 우리 셋이 똑같이 이 방면의 전문가에게 홀딱 넘어가 단체로 돈을 뜯기게 생겼다는 확신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섬뜩한 느낌이 가시질 않았다. '직통 영매'라는 단어가 암을 지칭하는 의학용어처럼 들렸다.

- 죽은 아들의 영혼이 느껴진다며 영매에게 상담을 받으러 간 가족이 느끼는 첫 인상
따라서 팀이 내린 결론에 따르면 이승과 저승, 양쪽 세계에 정통한 이상적인 기독교도야말로 르네상스를 대변하는 인물(즉 모든 방면에 걸쳐 모르는게 없는 박학다식한 인물)이었다. 물질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의 완벽한 조합, 굳이 말하자면 신성한 물질세계, 변형이 되었지만 그래도 물질은 물질인 세계. 최초의 타락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로 어우러진 이승과 저승.
"어떻게 생각하면 당신은 행운아네요. 해결책을 찾았으니까. 아버님이 내 안으로 들어왔어도 좋았을 텐데. 내 머릿속으로 말이에요."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키득거렸다. 이것이 마리화나의 효과였다. "그럼 이렇게 외롭지 않았을 텐데." 나는 잠시 후 다시 물었다. "왜 내가 아니라 당신한테로 돌아왔을까요? 내가 아버님을 더 잘 아는데."
빌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야기했다. "그랬더라면 당신이 망가졌을 테니까요. 나는 남의 목소리와 생각을 듣는 데 이골이 나 있어서 그걸 받아들일 수 있잖아요."

- 조현병 환자의 몸을 빌어 환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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