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읽으려던 책이 아니었다.
순수하게 석가모니 부처의 일대기가 궁금해서 책을 검색하던 중, 세계적인 작가가 쓴 책은 어떤 것일까 궁금해서 빌려온 건데...ㅋㅋㅋㅋ
결론부터 말하자면 재미있게 잘 읽었다.
심지어 가독성이 너무 좋아서 감동으로 눈물 흘리며 읽을 뻔. 바로 전에 읽은 책이 예전에 읽다 만 러브크래프트 전집이었는데, 장황하고 세밀한 상황 묘사가 가득한 긴 문장의 연속 공격으로 너덜너덜해져 있던 차였다. 헤세의 문장도 번역체 티가 나고 난해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러브크래프트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친절하고 예쁜 동화책 같은 느낌이다. 특히 초반 어린 싯다르타가 낙원 같은 곳에서 모든 이의 사랑을 받고 자라는 부분에서의 장면 묘사는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질 정도로 아름답다.
싯다르타
난 솔직히... 싯다르타가 부처님의 완벽하지 않은, 깨달음을 갈구하는 영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고타마와 싯다르타의 영혼이 합쳐져서 완전한 부처가 되는 그런 스토리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장르 소설을 너무 읽었다. 하지만 이름이 싯다르타잖아요... 서술 트릭 아닌가 약간 억울한 면도 없진 않다.
고빈다
"깨달음을 얻으셨다면 친절하게 가르쳐주시겠어요?" 싯다르타의 죽마고우이자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를 대변하는 것 같은 인물. 과연 고빈다는 그렇게 원하던 것을 결국 깨우치게 되었을지 궁금하다. 싯다르타의 인도로 그 또한 변화하는 장면으로 소설은 끝을 맺고 있다.
카말라
싯다르타를 현실 세계와 이어지게 만든 인물. 심지어 그의 아들을 낳아 싯다르타로 하여금 무리짓고 대를 이으며 살아가는 인간 본연의 고뇌를 느끼게 했다. 카말라를 만났기에 그 이후 싯다르타 인생이 가장 변화하게 되었다.
바주데바
어찌 보면 고타마보다도 싯다르타에게 더 '친절하게' 영향을 끼친 인물. 고타마가 밤하늘 높이 떠 있는 별, 깨달음을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면 바주데바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방향을 알려주고 심지어 데려가주기까지 한다. 그의 직업이 뱃사공인 이유는 명확하다. 강물에 가로막힌 길을 건널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숲 속으로 떠나는 마지막 모습조차 신성한 깨달음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 깨달음이 뭔데?라고 물어보면 마지막 장에서 싯다르타와 고빈다의 대화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철학적인, 사유가 필요한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워낙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친절한 책이라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지식은 전달할 수가 있지만, 그러나 지혜는 전달할 수가 없는 법이야. 우리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으며, 지혜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지혜를 지니고 다닐 수도 있으며, 지혜로써 기적을 행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지혜를 말하고 가르칠 수는 없네.
<모든 진리는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진리이다!> 좀더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이렇네. <진리란 오직 일면적일 때에만 말로 나타낼 수 있으며, 말이라는 겉껍질로 덮어씌울 수가 있다.>
나는 내가 고타마와 의견이 같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 분이 어떻게 사랑을 모르실 수 있겠는가. 무릇 인간 존재라는 것이 덧없고 허무하다는 것을 인식하셨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중생을 그토록 사랑하셔서, 온통 노고에 가득 찬 길고도 긴 한평생 동안 오로지 인간 중생을 도와주고 가르치는 데 온 힘을 다 쏟으셨던 그 분이 아닌가! 그 분, 즉 자네의 그 위대한 스승의 경우에 비추어보더라도 나에게는 말보다는 사물이 더 마음에 들며, 그 분의 행위와 삶이 그 분의 말씀보다 더 중요하며, 그 분의 손짓이 그 분의 사상들보다 더 중요해. 나는 그 분의 위대성이 그 분의 말씀, 그 분의 사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분의 행위, 그 분의 삶에 있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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