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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암흑관의 살인 - 아야츠지 유키토

by planeswalker 2026.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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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권 짜리길래 3번에 걸쳐서 빌리기 귀찮아서 '에이 책이 뭐 얼마나 되겠어' 하고 한 번에 대여신청했다.

그리고 사서님이 책 꺼내주실 때 내 두눈을 의심했다. 이 두께 뭐예요.

 

스포일러 주의!

 

아주 오래전에 같은 작가의 <십각관의 살인>을 읽은 적이 있다. 십각관이라는 특이한 건축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김전일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일본추리소설이라는 느낌 정도로만 기억에 남아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다 까먹었다는.

여하튼 같은 '관 시리즈' 중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서 암흑관의 살인을 빌려왔다. 책 세 권을 받아 들고 이걸 언제 다 읽나 한숨이 나왔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 권을 내리읽어서 도서 대출 기간 내 완독 했다. 

가독성이 좋다. 술술 읽힌다. 물론 사이사이 '시점'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난해한 독백 구간들이 있지만 '나'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동안은 무리 없이 잘 읽힌다. 거슬리는 것이라면 말줄임표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는 것 정도.

총 4개의 건물, 그리고 한 개의 부속 시설로 이루어진 암흑관이라는 저택 자체가 주요 인물이나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각 건물의 1, 2층의 평면도가 책 앞쪽에 수록되어 있다. 암흑관에 살고 있는 '우라도' 집안의 가계도 역시 주요 정보이다. 우라도 가족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나오지만 읽다 보면 인물 관계도는 금세 이해 가능하다.

1권까지는 암흑관과 주요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주 내용이다. 한 마디로 빌드업 구간. 사건이 발생하지만 명료하게 밝혀지는 것이 없어 답답할 수 있다. 그럼에도 암흑관 자체가 주는 기이한 분위기와 우라도 집안의 비밀 떡밥이 하나씩 뿌려지기 때문에 미스터리는 고조되어 간다.

2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악천후로 고립된 암흑관에서 주인공 '나(츄야)'는 겐지와 함께 탐정 역할을 맡게 된다. 으스스한 사건이 발생하고 독자는 이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나'와 함께 다양한 추리를 해 보게 된다. 1권에서 분위기를 잡았다면 2권은  몰입하게 되는 구간이다.

3권에서는 암흑관 살인사건과 우라도 가문이 숨겨왔던 진실이 드러난다. 진상이 드러날수록 충격적인 이야기의 연속이라 숨도 못 쉬고 읽어 내려갔다. 3권의 분량이 제일 많지만 그걸 느낄 새도 없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달려가게 된다. 

 

내가 추리하며 가설로 세운 것 중에 맞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러나 워낙 앞쪽에서 떡밥을 뿌려둔 것이라 짐작도 못할 반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전혀 예상도 못했던 것은 '시점'의 행적. 단순히 서술을 편하게 하기 위해 만든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시점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하늘을 날아 장소를 바꾸기도 하며 다양한 시간대의 다양한 인물에게로 옮겨간다. 여러 인물의 입으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가 만들어낸 독특한 기법으로 '아이디어 좋네.'라고 생각하며 넘어갔지만... 실제로는 이것이 가장 큰 트릭이었다.

사실 이 시점을 통해 극 초반에 발생했던 사건들이 여러 번 반복되어 묘사가 되고 그것에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기 위한 장치인지, 정말로 오류가 있는 것인지는 나중에 확인해 봐야지, 정도로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게 이 책의 킥이었다. 어쩌면 거기서 이미 시간 차이라는 서술 트릭을 눈치챈 사람이 있지 않을까. 두 개의 시간대에서 이야기가 투 트랙으로 진행이 된다는 사실만 빨리 파악한다면 그보다 더 명료하고 단순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아쉬운 점이라면 3권에서 '나'가 의문을 가졌던 대부분의 미스터리가 풀리긴 하는데 그것이 모두 겐지의 고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역동적으로 활약하는 탐정은 없다. 대신 혼란스럽고 음울한 사람들이 남았을 뿐이다. 그래도 워낙 이 책은 분위기가 다 씹어먹는 작품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에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폐쇄된 집안에서 발생하는 근친상간의 역사를 보며, 참 일본스럽다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서브컬처 작품에서 워낙 자주 보아왔던 소재라 충격적인 것과는 별개로 독창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서 온 마녀, 이것도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나중에 시간대의 비밀을 알고 나서는 그렇게 다들 속아 넘어갈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달리아가 실제 마녀의 능력을 갖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겐요의 존재가 달리아가 마녀라는 것을 증명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미도리와 미오 쌍둥이 자매 또한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긴 했는데 이야기에 매우 잘 어울렸다. 이놈의 컨셉충 집안 같으니.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 츄야의 정체가 십각관의 살인의 그 OO였다니. 사실 십각관에 대한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이 부분은 뭐라 코멘트할 수 있는 게 없다. 현재와는 상반된 어떤 인물의,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옛 시절을 살짝 엿본 느낌이다. 

그리고... 가장 크게 남은 의문은 이것.
겐지 선배는 왜 츄야를 집으로 불렀을까. 그리고 왜 그것을 먹게 했을까. 
LOVE가 아니면 설명이 안되는데. 🤔 이것 또한 위에서 설명한 츄야의 삶과 더불어 가장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게 되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추리했던 메모 정리. 

달리아의 밤, 츄야가 먹은 것 = 사람고기/피, 처럼 묘사되었지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가짜. 사이비 종교의 의식 같은 것. (X)

겐지 = 겐요의 환생 혹은 동일인물 (X)

칸나 = 달리아의 환생 혹은 동일인물 (△)
비슷한 관점으로 생각하는 이가 있었기에 이 사달이 발생했다 

범인은 겐지다! (X)

old 겐지 ≠ new 겐지, 겐지와 모로이의 아들 다다노리가 바뀌었다. (O)

겐지 ♥ 츄야 (△) 
츄야가 겐지에게 마지막으로 하려던 말은 뭐였을까, 왜 작가만 알고 독자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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