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일어나서 어제 미리 준비해둔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체크아웃.
카카오 택시를 불러 영도에서 해운대로 이동했다. 입구가 롤러코스터를 연상케 하는 부산항 대교와 2층으로 되어 있는 광안대교를 건너는 코스. 광안대교는 아래층이어서 뷰가 아쉽긴 했다. 대도시에서 대중교통만 타도 바다 위를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은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호텔에 일찍 도착한지라 캐리어만 맡기고 둘째날 일정을 시작했다. 해운대에 왔으니 우선 바다 구경을 해야겠지. 전날에 비해 미세먼지가 심해진터라 바다도 하늘도 흐리멍텅해서 매우 아쉬웠다. 그래도 바다는 바다. 해운대 모래사장을 걸어본다. 괜히 파도 근처에서 걷다가 갑자기 다가온 파도를 피하지 못하고 물에 발 담금 ^^; 물론 날이 따뜻해서 금방 마르긴 했다.
점심은 미포 근처의 유명하다는 대구탕집을 가려고 했으나 엄마 아빠가 별로 안 내켜하시는 듯 하여 길가를 걷던 중 횟집 가득한 거리에서 간판의 갈치조림이 눈에 띄는 한 곳에 들어가게 되었다. 바닷가 근처라고 3층에서 통창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음식도 괜찮았는데 흡입하느라 사진은 못 찍었다.
그리고 달맞이길이라고 불리는 도로로 진입을 했다. 이 길은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다. 마침 만개해 있던 벚나무들이 반겨준다. 아침 일찍 산책하러 나온 사람들, 사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도 사람에 치여 죽을 정도는 아니었음. 꽃 실컷 보며 걷다가 중간에 문탠로드로 들어섰다. 산속의 산책길 같은 느낌의 곳이다.
동네 야트막한 산 정도의 산책길이라 힘들진 않았다. 그래도 포장도로는 아니어서 신발은 반드시 편안한 운동화나 등산화를 신고 가는게 좋을거 같다. 이 쪽 길은 사람이 없어 조용한 숲을 만끽하며 다닐 수 있었다. 새소리는 어찌나 크고 다양하게 들리던지. 한쪽으로는 우거진 나무들, 한쪽으로는 바다가 보인다.
해안 절벽을 따라 걷는 이기대 산책로랑 비슷한 느낌인데 난이도는 훨씬 낫다. 길의 오르내림에 따라 고도가 높아졌다 낮아졌다 한다. 바다 근처의 해변열차나 스카이캡슐이 보인다.
한시간 정도 걷다가 청사포 근처에서 해변 열차 옆 데크 길로 합류하는 지점이 있어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청사포 역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청사포에서 해동용궁사까지는 택시를 이용. 부산은 서울과 달리 카카오 호출하자마자 바로 택시가 잡혀서 너무 좋았다. 청사포에서 송정 방향으로 가는 찻길, 도로 이름은 모르겠다, 이 진짜 벚꽃 터널이었다. 하늘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히 만개한 꽃이 좌우 길가에서 끊임 없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꽃길 드라이브가 인상적인 곳. 부산에서 벚꽃은 진짜 마이 무따 아이가.
해동용궁사는 두번째 방문인데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이야. 여행객이 한참 많을 때인가보다. 외국인 관광객도 꽤 많았다. 입구 카페에서 늦은 식후 커피를 한잔 하고 쉬다가 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역시나 예쁘지만 바다나 하늘이 너무 뿌얘서 전체적으로 흐릿한 인상이었다.
겨울에 왔을 때는 바다는 파랗다 못해 춥고, 하늘도 새파란 색이었던 것 같은데. 대신 이번엔 방문하는 사람들의 소원 나무 같은 것들도 꾸며져 있어서 그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절 내 경관이나 바다를 보면서 우연히 한 장을 보게 되었는데, 남동생을 잃은 듯한 메시지에 숙연해진 우리 가족. 하지만 뒤집어 보니 남동생의 이름이 사람 이름이 아니어서 반전에 빵터졌고. 물론 그 슬픔이 사람에 비해 덜하다고 할 수 없는걸 너무나 잘 알기에 나도 편지 쓴 이의 동생이 지금은 편안하기를, 좋은 곳에서 환생하기를 마음 속으로 빌어주었다.
용궁사 관람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송정역으로 이동했다. 돌아가는 길은 해변열차를 타는 것으로~ 대기하는 사람이 꽤 많았기에 서서 가게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적적으로 3명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 뒤에 탄 사람들은 꽤 많이 서서 가게 되었다. 역시나 또 뿌연 바다와 하늘이 문제다. 채도 높은 풍경을 봐야 제 맛인데. 그래도 엄마 아빠는 이 경험에 꽤 만족하신 듯 했다. 미포 정류장에 내려 다시 역방향으로 해운대 호텔들을 구경하며 신라스테이로 이동하였다. 이 때쯤 엄마가 걷는걸 많이 힘들어 하셔서 호텔 체크인도 할겸 방에서 조금 쉬기로 했다.
신라스테이 룸도 컨디션 깨끗하고 좋았다. 오션뷰라기엔 너무 멀고 날이 흐려서 아쉽다.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굳이 오션뷰를 선택하진 않을듯.
씻고 체력회복을 한 후 해운대 근처를 구경했다. 지하철 해운대역에서부터 바닷가까지 쭉 이어지는 메인 도로와 주변의 가게들 구경. 이른 저녁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다. 마침 노티드가 보이길래 식후 먹을 간식으로 도넛까지 챙겼다. 저녁메뉴를 정하지 못하여 방황하다가 우연히 들어가본 골목이 마침 수산시장의 식당 거리 같은 곳이었는데 대부분 꼼장어나 회, 랍스터 등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엄빠가 생선구이가 먹고 싶으셨는지 구이 가능한 집으로 들어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가자미와 아까 한마리씩 나오는 구성. 원래도 생선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맛있게 잘 드셨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부모님은 "기승전한식"
배를 두둑히 채우고 천천히 야경 보러 동백섬 근처로 걸어갔다. 더베이101 입구에서부터 마천루의 화려한 불빛이 반겨준다. 서울도 동네마다 다르지만 부산은 초고층 빌딩이 참 많은 것 같다. 특히 이런 빌딩들이 몰려있는 곳에서는 하늘 올려다보는 것도 부담스러울 정도.
요트 탑승을 코스에 넣을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엄마가 그닥 타고 싶어하지 않으시는거 같고 나도 요트는 타보지 않았기에 실제로 어떨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스케줄에서 뺐었다. 엄마는 아마 작은 보트 같은거 생각하신 듯. 다른 사람들 탑승하는 거 구경하고 시원한 바다바람 맞으며 걸어서 생긴 열기를 식혔다.
저녁 식사를 광안리 해수욕장에 봐둔 식당에서 하고 광안대교 야경을 보는 계획이 원안이었으나 이미 해운대에서 식사를 했고 엄마도 걷는걸 힘들어 하셔서 어찌할까 두뇌 풀 가동. 지도를 보다 조금만 더 가면 대교 전경은 아니더라도 광안대교가 보이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더베이101 맞은편, 바로 그 마천루들 바로 아래의 해안 도로를 따라 방향이 꺾이는 곳 까지만 가면 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걷자고 엄마를 설득해서 천천히 이동했다. 이곳이 해운대 영화의 거리다.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광안대교. 가까이에서 보진 못했지만, 트라이포드 때문에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영 분위기가 안 살지만 (일부러 크랍하진 않았다) 그래도 해운대 근처에서 광안대교 보는 방법도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렇게 도시 야경과 밤바다 구경을 하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복귀. 이틀째 일정을 마쳤다.
2023.04.03 - [여행] - 2023 2박3일 부모님과 함께 가는 뚜벅이 부산 여행 요약
2023 2박3일 부모님과 함께 가는 뚜벅이 부산 여행 요약
이번엔 나혼자 여행이 아닌 부모님 두 분을 모시고 갔었던 뚜벅이 부산 여행 간단 메모. 가이드 역할을 하며 정말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다른 지역도 생각을 해봤지만,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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