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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sixty nine - 무라카미 류

by planeswalker 2023.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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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리짝 시절에 읽었던 책. 그 때 읽은 책은 제목이 정직하게 69 였던거 같은데... 

한창 일본 문화가 밀려 들어오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흥하기 시작했을 무렵, 도서관에서 닥치는 대로 책을 빌려 일본 소설들을 읽었다. 나는 하루키보다는 류의 소설이 더 재미있었다. 처음 접하는 세기말 치명적인 감성의 글들이 충격적이었다. 일단 제목부터 끌리는 것들이 많았다. "한 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 책은 내용은 다 잊어버렸지만 제목만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 외 코인록커 베이비즈, 오디션, 인 더 미소 수프, 피어싱 뭐 이런 책들을 연달아 쭉 읽었던 것 같다. 딱 시절을 탔던 것이 그 때 한동안 열심히 읽고 그 뒤로 작가의 책을 따로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다. 

중고서점에 갔다가 깨끗한 책이 있길래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해서 사왔던 책. 여전히 유쾌하고 재미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1969년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시 유행하던 서구 문화, 학생 운동, 축제 등 시대 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 개그를 조금 첨가하여 어렵지 않은 문체로 씌여 있다. 장황한 내용을 몇 줄 쓴 다음, "~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고" 라는 형식의 문장이 재미있어서 계속 기억에 남아 있다. 내용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학교 동아리 활동의 극대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또한 10대 때 세상의 모든 문학과 영화와 음악을 두루 접해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던 시기가 있어서 공감할 수 있었고 아마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비슷할 것 같다. 딱 그 나이 대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감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좋다.

주제는 하나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 지루하게 살라고 명령하는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하기 위해 우리는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이번에 다시 읽다가 '조반유리'의 뜻을 알았다. 주인공 일행이 학교에서 바리케이드 봉쇄를 하기로 마음 먹고 플래카드에 쓸 슬로건을 정할 때 나온다. 

조반유리 造反有理
모든 항거에는 무릇 정당한 이유가 있다. (마오쩌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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