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La Nausée
구토라는 책을 대학생 때 도서관에서 처음 빌린 이후로 3번을 트라이 해봤는데 모두 중간에 나가떨어졌었다. 이 책은 4번째 도전해보려고 직접 구입한 책. 하지만 책장에 처박아 두고 꺼내 읽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한 번 각 잡고 읽으니까 책 자체는 그리 어렵진 않다. 문장이 이해하기 어려운 편은 아니어서 그냥 줄줄 읽어나가면 되는데 왜 항상 끝까지 읽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니, 읽은 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내용 요약하기가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인 앙투안 로캉탱의 부빌에서의 일상생활을 다루고 있고 그가 머무는 도시, 그가 만나 관찰하는 사람들, 그의 옛 연인, 그의 머릿속 사고 등에 대해 나름 명확하게 이야기를 하고는 있는데 그 문장 뒷편에 있는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이해한 것이 맞나? 계속 의문이 든다. 물론 읽다 보면 아주 노골적으로 대 놓고 작가의 의견을 그대로 써 놓은 문장들도 있긴 하다. 사실 한 번 읽었기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내가 과연 이 책에 대해 뭐라고 말을 술술 늘어놓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20% 정도 소화했으려나?
사실 억울한 면도 있다. 책 끝 부분에 실려있는 작품 해설이나 작가 개인의 삶의 시대적 배경 및 행보를 알고 보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인데 그렇다는 말은 반대로 부가 정보를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 읽게 되면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인지 갸우뚱 할만한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 아닌가. 차라리 작가 자신의 철학에 대해 설파하는 책이었으면 이해하기가 쉬웠을텐데 소설의 형태로 되어 있다보니 추리 소설의 트릭처럼 독자가 진실에 다가가기 힘들도록 장치를 하나 설치해 놓은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한 번 더 읽으면 좀 더 이해가 가려나 싶은데 바로 1페이지부터 읽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 도전해봐야지.
우리가 무서웠던 것은 그 사람의 비참한 모습 때문도 아니었고, 자꾸만 칼라에 닿던 목덜미의 종기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그가 머릿속에 게나 새우가 가지고 있는 고독한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느꼈기 때문이었다.
자기 반성을 하기에 완벽한 날. 인류 위에 태양이 던지는, 가차 없는 심판과도 같은 냉랭한 빛. 그것이 눈을 통해서 내 마음속에 스며든다. 사람의 마음을 초라하게 만드는 빛에 의해서 나의 내부가 비친다. 확실히 내가 자기 혐오에 떨어지려면 15분이면 충분하리라.
드 로르봉 씨는 나의 협조자였다. 그는 존재하기 위하여 나를 필요로 했으며, 나는 나의 존재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 그가 필요했다. (로캉탱은 역사 속 인물 로르봉에 대한 책을 쓰려고 하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다. 존재했다.
"우리는 여기에 있고 우리라는 귀중한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서 먹거나 마시고 있지만, 존재하는 데는 어떠한 이유도 전혀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 책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책을 꺼냈다. 철학의 책. The Philosophy Book (DK 시리즈) 이것도 출간되고 나서 책 편집이 재미있게 되어 있길래 읽으려고 샀던 건데 앞부분 15% 정도만 읽고 근 10년간 한번도 꺼내지 않았던 책. 어쨌든 필요한 부분이 있어 이렇게 일부를 골라 읽게 되었다.
사르트르 철학에 대한 간단하고 쉬운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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