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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문열 평역 - 삼국지 4~6권

by planeswalker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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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읽는 동안 메모를 위한 포스팅이며 각 권마다 기록하고 싶은 내용을 작성합니다.

4 칼 한 자루 말 한 필로 천리를 닫다

흩어진 유관장 삼형제, 돌고 돌아 다시 만나다. 그 과정에 유명한 5관을 거치며 6장수의 목을 날린 관우
조조와 원소의 기나긴 싸움의 끝
원소 퇴장, 손책 퇴장

 

(조조, 너느 결국 이 사람을 잡아두지 못했지만 보아라, 나는 반드시 이 사람을 수족으로 부리게 될 것이다.)
조조가 유비에게 들인 공이 어떠한 것이었는지 알지 못하는 원소는 자신에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 큰 형님들에게 인기 많은 유비

젊은 날의 때묻지 않은 이상, 충성과 의리에 대한 티없는 열정이 이미 그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냉혹한 투쟁의 현장에 던져진 그때까지도 조조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미욱하리만큼 그 이상과 열정에 매달려 있는 관우를 보자 그토록 앞뒤 없는 믿음과 애정으로 되살아난 것임에 틀림없었다.

- 유비는 안 잡힐거 같으니 관우에게 공을 들이는 조조의 속마음

뒷날 사람들은 흔히 관우를 그릴 때 등뒤에 세우는 청룡도와 함께 손에 책 한 권을 들게 했다. 그 책은 바로 공자가 지어 난신과 적자들의 가슴을 서늘케 했다는 '춘추'이다. 관우는 일생 이 책을 지니고 다니며 틈 날 때마다 되풀이 읽었다고 하는데 명분을 존중하고 대의를 앞세우는 그의 정신은 바로 거기서 길러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그런 정신을 드러내는 것이 지금 유비를 찾아 떠나는 이 대목이 된다. 진정 아름답고 드높은 춘추의 향내였다. 아니, 관우 그는 춘추를 일관하는 정신의 한 살아 숨쉬는 화신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리라. 

- 그리고 조조를 흔들었던 관우의 이미지

그러나 그 같은 감탄도 잠시 조조는 유비가 부럽다 못해 거센 시새움에 미움까지 일었다.
(현덕, 그대는 실로 무서운 사람이다. 이 조조가 별별 공을 다 들이고 갖은 수를 다 짜내도 못하는 일을 그대는 아무도 모르게, 어쩌면 자신마저도 모르게 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입에 침이 마르게 관우를 칭찬해도 마음 속은 결코 즐겁지 아니했다.

- 아무리 공 들여봐야 유비에 대한 관우의 충심이 끄떡없자 속이 타는 조조

"나는 자룡을 처음 볼 때부터 사모하는 마음이 일어 떨쳐버릴 수 없었네. 그러나 그대가 이미 공손찬 형의 사람이라 차마 내 곁에 잡아둘 수 없었는데 이제 다행히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기쁘기 짝이 없네. 죽은 사람에게는 안된 일이나, 내게는 백만 대군을 얻은들 이보다 더 든든하겠나?'

- 공손찬 퇴장 후 방황하던 조자룡을 만나 반가움에 유비가 건넨 말. 이렇게 아껴주니 다들 유비에게 가려고 하지... 시기가 늦긴 했어도 유비 팀에 합류한 조운은 그 이후 죽을 때까지 변함없는 충성으로 섬겼다. 삼국지 전체를 통틀어 계속 나오는 이야기지만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동료든 아랫 사람이든. 사람에 의해 살고 사람에 의해 죽는다.

조조는 원소가 버리고 간 금은보화며 비단으로 군사들에게 골고루 상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서책과 문서를 뒤질 때였다. 편지 한 묶음이 나왔는데 모두가 허도에 있는 대신들이나 자신의 부하 장수들이 원소와 몰래 주고받은 것이었다. 좌우에 있던 사람들이 말했다.
"모조리 이름을 밝혀내 죽여야 합니다. 이런 자들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조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원소의 세력이 강할 때는 나조차도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그랬을진대 하물며 딴 사람들이겠느냐?"
그러고는 명을 내려 묶음도 풀지 않은 채 모두 태워버리게 한 뒤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앞으로 이 일은 두번 다시 입 밖에 내지 않도록 하라."

- 원소군에게 대승을 거두고 난 후, 관용을 보여주고 있는 조조. 이 부분은 좀 멋있었다. 

"내 뭐라던가? 반드시 죽게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일이니 너무 놀라지 말게."
그 말에 옥리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들을 처연히 바라보던 전풍은 다시 자조하듯 덧붙였다.
"대장부가 천지간에 태어나서 주인 하나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섬겼으니 그것은 바로 용서할 수 없는 무지다. 새삼 애석할게 무엇이랴!"

- 원소의 몰락과 함께 그 원소에게 죽임을 당한 전풍의 마지막 말. 장군도 모사를 잘 골라야 하지만 모사도 장군을 잘 골라야 한다. 

"화살이 시위에 올려진 이상 날아가지 않을 수 없는 법입니다."
말하자면 자신이나 자신의 글은 원소의 활시위에 얹혀진 화살과 같은 것으로 원소가 조조를 향해 쏘면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었다. 한낱 글의 장인으로서 화살을 만드는 장인이 화살을 대듯 글을 빌려주었다는 말도 되고, 자신의 처지가 바로 그 화살 같았다는 말도 되지만 어쨌든 재치 있으면서도 씁쓸한 대답이었다. 재치 있다는 것은 그러한 비유로 가볍게 자신의 책임을 벗어던진 까닭이요, 씁쓸하다는 것은 힘 앞에서 종종 자신의 진의에 관계 없이 글을 빌려주어야 하는 문사의 처지를 너무도 부끄럼 없이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 원소의 명령으로 조조를 꾸짖는 격문을 쓴 진림의 말. 무장들에 비해 힘 없고 여기저기 이용만 당하는 포지션으로 나오긴 하나 글쟁이들이 상당히 중요하다. 위급하고 중대한 의견과 부탁을 전할 때면 누구든간에 글 잘 쓰는 사람을 찾아 대필을 시키지 않는가. 결국 조조는 진림을 다시 자신의 화살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대들은 모두 나이가 나와 비슷하나 오직 곽가만이 나보다 많이 어렸소. 나는 그에게 나 죽은 뒤의 일을 부탁하려 했더니 오히려 젊은 나이에 이렇게 죽고 말았구려. 실로 내 마음이 부서지고 쪼개지는 듯하외다."

- 곽가(38)의 죽음. 조조 진영에도 훌륭한 장수와 모사는 많았다. 그럼에도 사람 욕심이 끊이지 않았던 조조. 아무튼 조조와 합이 제일 잘 맞는 모사였던 곽가의 죽음은 나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었다. 두루두루 능력치가 좋았는데 최대 단점이 '수명'

 

5권 세 번 천하를 돌아봄이여

드디어 제갈량 등장, 삼고초려 끝에 유비 팀 합류
- 제갈량 등장하는 순간부터 장르가 바뀌는 느낌이다. 그 전까진 여러 세력과 인물들 간의 동맹과 배신, 그로 인한 운명의 갈림 등 대하 드라마 보는 느낌이라면 이제 막 등장한 한 사람 때문에 갑자기 먼치킨물의 느낌이 나면서 재미도 두 배로 뛴다.
유표 퇴장, 세력을 넓혀가는 조조
유비의 위기 (장판교의 장비, 유선을 구한 조자룡 등의 일화), 제갈량 영입 후 손권과의 동맹 도모


이제는 젊은 날의 어느 때처럼 저잣거리에 내다 팔기 위해서는 아니었으나 돗자리 치기는 유비에게 여러가지 뜻이 있었다.
군사들이 베어 온 골풀을 다듬어 한줄기 한줄기 돗자리 틀에 넣으면서 이런저런 시름을 잊는 것 외에도, 그렇게 짜인 돗자리를 보면서 참고 기다리며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한다는 자세를 스스로 가다듬었다.

- 중요하지 않은 장면이나 머리를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하는 취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해주는 장면이라 너무 공감이 되어 발췌했다. 내게는 '다꾸' 같은 느낌.

"하기야, 관우와 장비, 조운은 홀로 만 명을 상대할 장수들입니다. 그러나 미축이나 손건의 무리는 백면서생에 지나지 않으니, 천하를 경영하고 세상을 다스릴 재주는 못 됩니다."

- 수경선생 사마휘의 유비 진영 인물 평가. 아니... 그게... 사실은 사실인데 너무 직설적이라 듣는 유비도 마상입겠소.

사실 지금까지 유비가 이끄는 집단의 성격은 독립된 세력이라기보다는 유랑성의 임협 집단에 가까웠다. 그들은 토지나 제도에 집착하기보다는 인적 결속과 협객 사회의 의리를 무겁게 여겨왔으며, 합리적인 규율이나 체계보다는 자연발생적인 동지애에 의지해 왔다. 그런데 이제 그들 구성원 상호간의 오랜 세월에 걸친 친분이나 의리와는 무관하게 오직 지식과 재능만으로 편입된 선복이란 인물에 의해 합리와 능률을 위주로 하는 규율과 체계가 마련되게 되었다.

- '나라'가 아닌 '조직'에 가까웠던 유비 팀이 서서를 끌어들이면서 맞이하게 된 변화. 서서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었던 운명 또한 인상적이다.

(유비, 그대는 기어이 수고는 많고 얻을 것은 적은 그대의 꿈속으로 나를 끌어들이고 마는구려. 이제 나는 저 항우에게 천명이 없는 줄 알면서도 그를 따라나선 재사 범증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없게 되었고. 지난 겨울 내내 그대와 그대가 내 앞에 펼치려는 달갑잖은 명운을 피하느라 그토록 애썼건만 이렇게 되고 보니 결국 그대를 따라나서지 않을 수 없구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는 만남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 같은 설렘도 없지 않았다.

- 공명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한다면 현실적으로 미래에 굴곡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 유비 진영이었지만 홀린 듯 합류하게 된다.

그 무렵 공명과 더불어 신야로 돌아온 유비는 공명을 대하기를 스승처럼 했다. 겨우 스물일곱의 청년에게 오십줄에 접어든 유비가 바치는 정성이니 설령 공명이 철석 같은 심장을 지녔다 해도 감동되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인간적인 정을 쏟는 데도 유비는 터럭만한 소홀함이 없었다. 밥을 먹어도 한 상에서 먹고 잠을 자도 같은 이부자리에서 자니 일찍이 관우와 장비에게 쏟던 정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공명의 마음을 자기 곁에 붙들어맨 유비는 눈만 뜨면 그와 더불어 천하의 일을 의논했다. 

- 그리고 유비 또한 힘들게 데리고 온 공명에게 최선을 다 한다. 그런데 잠도 같은 이부자리에서 잤다고요...? 흠...

"만약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입니다. 하지만 늙으신 어머님께서 조조로 인해 돌아가셨으니 그 한이 하늘에 사무친 터라 비록 몸은 조조 곁에 있더라도 맹세코 그를 위해서는 작은 계책도 베풀지 않겠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사군 곁에는 와룡이 있으니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반드시 대업을 이루실 것이라 믿고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러자 유비도 더는 서서를 붙들지 못했다. 표류하는 형주를 닥쳐올 강풍으로부터 구해 내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서서 같은 인재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를 세상의 웃음거리로 만들어가면서까지 붙들어두고 싶지는 않았다.

- 가족을 미끼로 한 조조의 노림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조 곁에 있게 된 서서.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마음만은 당신에게 있노라 고백하는 서서와 헤어지는 장면.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낭만적이고 가슴아픈 장면이었다. 

"다행히 공자께서는 아무 탈 없으십니다."
조운은 기쁜 얼굴로 그렇게 소리치며 잠든 아두를 유비에게 두 손으로 받쳐올렸다. 그러나 유비는 아두를 받자마자 땅에다 던지며 소리쳤다.
"이 보잘것없는 것아. 너 때문에 하마터면 훌륭한 장수 하나를 잃을 뻔하였구나!"
(중략)
어떤 사람에 따르면 뒷날 후주가 이따금씩 보이는 실책은 바로 이때 땅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상한 탓이라고 한다. 원래 어머니 감부인이 북두칠성을 머금은 꿈을 꾸고 얻어 아이 적 이름을 아두라 했던 후주는 남달리 영특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 유선이 삽질하는 이유가 아이를 집어던진 유비 때문에 머리를 다쳐서 그렇다는게 드립이 아니고 진짜 책에 있는 내용이었어...? 

 

6권 불타는 적벽

적벽대전, 주유와 공명 사이에 낀 노숙 보는 재미
드디어 형주를 찾아 그럭저럭 본진을 꾸린 유비, 그리고 공명의 계책으로 손권의 누이와 결혼까지 하고 동오를 농락함
주유의 안타까운 퇴장
조조 담당 일진 느낌의 마초의 등장 

조조가 눈물을 씻으며 대답했다.
"나는 죽은 곽봉효를 생각하고 울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었다면 결코 내가 이토록 크게 패하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말에 여러 모사들은 한결같이 얼굴에 부끄러운 빛을 띤 채 입을 열지 못했다.

- 적벽에서 대패하고 순수하게 곽가가 그리워 슬퍼하면서도 현재의 모사들을 갈구는 조조

"형, 양 땅에서는 마씨의 다섯 형제가 모두 그 재주로 이름 높습니다. 가장 나이가 적은 이는 마속이며 자가 유상이고, 가장 어질고 밝은 이는 마량인데 눈썹 사이에 흰 터럭이 났으며 자를 계상이라 합니다. 그 고장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말에도 <마씨의 상자 돌림으로 자를 쓰는 다섯 사람 중에 눈썹 흰 사람이 가장 낫다네>라는 것이 있을 정도지요. (후략)"
이른바 백미란 말이 생겨난 고사이다. 이때부터 백미, 즉 흰 눈썹이란 말이 여럿 가운데 가장 빼어난 것(또는 부분)을 가리키게 되었다.

- 백미의 유래

나중에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으나 주유가 하늘을 우러르며 뱉은 것은 원망 섞인 한마디 탄식뿐이었다.
"이미 주유를 낳았거든 제갈량은 또 왜 낳으셨던가!"
그런 다음 몇 마디 뜻 모를 외침 뒤에 숨졌는데 그때 주유의 나이 서른여섯이었다.

- 짧고 굵게 살아간 주유의 마지막 탄식. 사실 홧병으로 죽을만 했다...

서로 예를 마친 뒤 손권은 가만히 방통을 살펴보았다. 짙은 눈썹에 들창코요, 시커먼 얼굴에 짧은 수염을 달고 있어 괴이쩍었다. 잘생긴 주유만 보아온 손권에게는 우선 방통의 생김부터가 탐탁지 않았다.

- 유비도 방통을 기용하기 전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모사를 얼굴 보고 뽑나, 아무리 주변에 잘생긴 사람들이 있었다지만 그 옛날에도 사람를 우선 외모로 판단했다는... 더러운 세상

그런 중에 문득 마초의 모습이 조조의 눈에 들어왔다. 얼굴은 분을 바른 듯 희고 입술은 주사를 칠한 듯 붉었으며 허리는 가늘고 아랫도리는 평퍼짐한데 목소리가 힘차고 용맹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비의 상복을 대신했는지 흰 갑옷에 은투구에다 긴 창을 잡은 채 양쪽에 마대와 방덕을 벌여세우고 말 위에 덩그렇게 앉아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 같았다.
(서량의 옥 같은 마초라더니, 과연 그대로구나!)
조조는 그 같은 마초의 모습에 절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급박한 와중에 상대 장수 외모 품평하는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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