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당근마켓에서 먹거리와 교환해서 얻어온 가가 형사 시리즈 전집.
발매 순으로 읽기 시작했다. 일본어 표기는 나에겐 여전히 어색한 느낌이다
'카가'가 훨씬 익숙한지라... 이 표기법 때문에 가가니 도도니 하는 애칭같은 이름이 나오곤 한다.
책이 총 7권이라 읽어나가는대로 업데이트할 예정이고, 두 개의 포스팅으로 나누어서 작성하려고 한다.
전통적인 트릭 해체를 통한 추리 ⏩ 졸업
두뇌풀가동해서 용의자 중 범인을 밝히는 추리게임 ⏩ 둘 중 누군가 그를 죽였다, 내가 그를 죽였다
추리+a 로 그냥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고 흡인력 있는 책 ⏩ 악의
가가 형사 개인이 흥미로우면 ⏩ 잠자는 숲, 붉은 손가락
1
졸업, 설월화 살인 게임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7명의 대학생들의 이야기. 대학 졸업 시기 전후로 어리고 미숙했던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어른으로서 찌든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가는 과정 중에 발생했던 이야기. 다도회의 전통적인 놀이 '설월화' 게임을 소재로 했다.
트릭에 대한 추리 보다는 살인에 대한 동기가 더 궁금했던 사건이었는데 읽다 보면 자연히 추측은 할 수 있다. 다만 명확히 밝혀진 동기가 마치 코난이나 김전일처럼 '이 정도로 사람을 죽인다고?' 싶어서 특별히 공감할 수는 없었다. 살인범에게 공감한다는 것도 웃기지만 이야기 속에서 서사를 잔뜩 부여해놨는데도 공감이 안되는 건 아쉽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몰입도가 좋았다. 초반 1장을 읽은 후 그 다음날 2장부터 끝까지 한번에 읽어내려갔다.
텍스트로 사건 발생 내역이 이해가 안가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그림까지 순서대로 그려서 설명해주고 있다. 이런거 보면 트릭을 풀라고 해 놓은 게 맞는데 굳이 시간 내서 트릭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2
잠자는 숲
형사가 된 30세 전후의 가가 교이치로의 사건 이야기. 발레단을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전작과 비슷한 구성인데, 가장 먼저 미스테리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 수사가 한창일 때 새로운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주목을 어느 정도 받느냐의 차이는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 공연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협업하여 만들어내는 무대이다. 그러다 보니 사건의 내막에도 밖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안쪽으로는 끈끈한 그들만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을까 추측했었고 살인의 주요한 원인이 된 사람을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그 2차 살인 사건은 트릭도 동기도 그닥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구성이 전작과 비슷하다. 범인의 정체와 트릭 자체보다는 꽁꽁 숨겨진 동기와 의미없어 보이던 작은 단서들의 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술술 잘 읽히기는 하지만 마음에 와닿는 감동은 없어서 나머지 책들도 이런 비슷한 형식이면 굳이 다 읽어야 할까, 의문이 조금 들었다.
- 대학 시절 좋아했던 여자 친구는 과거의 인연이 되었고, 새로운 인연이 다가와 로맨틱한 분위기도 같이 보여주고 있지만 현실은 얄짤 없다. 아무래도 작가가 가가 형사의 연애를 탐탁치 않아하는 듯.
3
악의 ★
명성이 자자한 책을 드디어 읽어보다. 그리고 왜 베스트셀러인지도 알 수 있었다. 앞서의 1,2권과는 다른 분위기와 서술로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서술 트릭의 교과서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그 부분 때문에 뭔가 숨겨진 진실이 더 있지 않을까 초반부터 예상하게 만들긴 했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을 따라 서술되는 것이 아닌, 이미 일어난 사건을 이후에 수기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사건에 개입할 수 없는 전지적 시점이 아닌, 이미 누군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사고가 반영된 서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게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을 한 번 더 꼬아놓았다. 사건은 범인은 이미 책의 중간 즈음에 잡히게 되지만 독자들은 거기서 만족할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미처 짐작도 못할 진상이 천천히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이 책의 제목이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에는... 인간이란 뭘까, 란 허무와 공포까지 느낄 수 있다. 얼마전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실제 살인사건, 당시에도 진상을 알고는 꽤 충격적이었다, 친구를 시기하여 친구와 친구의 아이들까지 죽이고 완전 범죄를 꿈꾸었던 동창생 사건을 유튜브에서 다시 접하였었는데, 그 때 느꼈던 감정과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느꼈던 것이 상당히 유사했다. 왜 '악의'를 그렇게 목숨을 걸고 열심히 표출하는 것일까, 정상인은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하다.
책 자체로만 보면 범인의 수기와 형사의 기록이 교차되어 수록된 이야기의 구성이 신선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의 세계에 대해 씌여진 부분도 좋았다. 이야기 속의 사람이 이야기를 쓴다. 독자는 어떤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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