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K.딕 걸작선을 읽기로 마음 먹었다. 진짜 장난 아니고 걸작선 전집 산지 10년 되어 가는거 같은데...
책장 속에서 잠자고만 있던 책을 이제서야 읽기 시작한게 레전드.
각 잡고 읽어야 할 거 같은데 현실에 찌든 직장인은 12권짜리 전집에 쏟을 에너지가 없었다는 것이 변명아닌 변명.
아무튼 하나씩 꺼내서 읽어보려고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순서는 무관하게 끌리는대로 볼 예정.
그래도 첫 번째 꺼낸 책은 1권인 화성의 타임슬립. Martian Time-Slip
이 걸작선 전체적으로 표지는 그닥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초판본 표지 이미지를 올려본다.
제목만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시간 여행 이야기 같지만 전혀 아니다. 1994년 이주자들이 개척중인 화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린 아직 화성에 이제 겨우 발 한 번 댔을 뿐인데...😅
화성은 삭막하고 자본이 지배하는 병든 인간들이 가득한 현대 사회를 뜻하고
타임슬립은 현대인들의 정신병(자폐 증상)을 통해 미래를 볼 수 있는 아이, 그리고 그 아이의 시간감각을 통해 영향 받는 주변인들의 기괴한 경험을 뜻한다.
SF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심리적 스릴러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 깜짝 놀라긴 했으나 이야기가 주는 재미가 있어서 이틀만에 후루룩 읽었다. 앞 부분에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뒷부분에선 화성의 부동산 투기와 만프레드라는 자폐아 소년을 중심으로 모든 인물들이 엮여 사건을 만들어 나간다.
마치 현재의 AI를 예견한 듯한 화성 학교의 기계 선생님들이 인상적이다. 인간 선생이 1:N으로 아이들을 집단으로 묶어 가르친다면 이 기계 선생은 1:1로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다. 작가의 미래시야말로 놀랍지 않은가. 😲
이야기의 화자 중 한명이 학교를 매우 무서워하는데 이는 작가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얘기인 것 같다.
- 소설 속에서 가상의 박사의 이론을 통해 전해지는 자폐증에 대한 설명.
-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진 소년이 보는 세계의 묘사. 시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흐르는 가운데 주변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광경을 묘사한 부분.
- 그리고 이 소년에 감응하여 역시 정신병적 증세를 보이는 어른이 외부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등이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결말의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좀 갑툭튀한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난감한 것 빼고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정말 대단한 작가라고 느낀 것은, SF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는 조금 떨어지고 오히려 난해해서 읽기 부담스러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부터는 이야기 자체에 몰입되서 한 번도 끊지 않고 계속 읽어나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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