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023)
The Boy and the Heron
2023년 10월 25일, 롯데시네마 도곡
한 몇 달 전에 일본 개봉 소식 들었을 때만 해도 제목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였던 거 같은데 어떻게 바뀐 거지? 어쨌거나 둘 다 풀네임을 외우기가 쉽지는 않다. 문화의 날에 볼 게 있나 찾아보다가 마침 개봉날이길래 바로 예매하고 달려갔다.
제목이나 포스터 만으로는 도통 내용을 알 수 없어 진짜 정보 하나도 없이 보러 갔었는데 그게 오히려 약이 된 것 같다. 이런 작품이었을 줄이야... 포스터의 새 이미지에서 어느 것이 '눈'인가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보자 의문이 해소되었다.
지브리의 그림체로 보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 같다. 분명 파스텔 톤의 아름다운 배경과 귀여움 한 스푼 들어간 캐릭터들이 나오는데 기괴하다. '새' 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앵무새가 아니라 비둘기였으면 현실 반영되서 좀 더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배경도 단순 판타지 세상이라기보다는 마치 꿈에서 나올 것처럼 비현실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가득 담은 상징들이 많아서 다시 보면 좀 다르게 보일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야자키 하야오 기존 작품들 중에서도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의 세계나 캐릭터들이 아예 안 나온 것은 아니었는데, 이 작품은 특히나 그런 것들이 많이 등장하고 오히려 주 이미지로 사용했다고 느꼈다.
길잡이 역할의 '왜가리'는 새를 잘 고른 것 같다. 실제로 동네 물가에서 왜가리를 자주 보는데 이미지에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새의 행동부터 사냥꾼을 떠올리게 하는 생김새까지.
할매, 할배들은 첫 등장부터 끝까지 마치 인간이 아닌 요정인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나온다. 환상적인 분위기에 일조하는 캐릭터들. 키리코 상은 등장하자마자 정체를 알겠던데 할머니 캐릭터를 이렇게 두 가지 버전으로 멋지게 활용하다니 감탄했다. 나이든 키리코 상은 귀엽고 젊은 키리코 상은 멋있다.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또 파괴한다" 를 가장 비주얼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상이 이미 낡아버린 세계를 넘겨주려 했지만 주인공 마히토는 이를 거절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현실로 돌아왔다. 누군가 이미 만든, 잘 만들어진 세계, 그러나 언제 허물어질지 모르는 허상에 가까운 세계에 숨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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