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이날은 새벽에 일출을 보기로 했다. 보통 일출을 보기 위해 포항에 온 여행객들은 호미곶에 가는 것 같았지만 그 새벽에 먼 곳으로 가기는 부담스러워서 호텔방에서 보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잘 보여서 대만족이었다.
전날 예보를 보니 일출 시각은 5시 36분. 30분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잠들었다. 알람 소리에 깨어 일어나 보니 이미 하늘은 밝아져 있고 수평선 부근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는 어찌나 큰지 멀리서도 아주 잘 보인다.
중간에 산 (환호공원 있는 쪽)이 있어 물에서 바로 해가 나오는 모양은 아니었지만 산등성이 위로 떠오르는 해도 만만치 않게 예쁘다. 아무튼 창가에 앉아 조금 기다리니 작게 반짝이는 동그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출. 끄트머리만 보이던 달걀노른자가 하늘 위로 떠오른다. 매일같이 뜨는 똑같은 해인데 어디에서 어떤 기분으로 보느냐에 따라 감상이 달라진다.
라한 호텔 체크인 했을 때 찍은 방 사진. 침대 바깥 공간은 그다지 넓다곤 할 수 없지만 둘이 지내기엔 불편함이 없었다. 일출 때문에 밤에 커튼을 모두 열어놓고 잤는데 방안의 불을 다 꺼도 바다 건너 포스코 쪽 조명 덕분에 완전히 어둡지는 않다. 적당한 간접 조명의 힘을 빌어 아주 꿀잠을 잤다.
이렇게 셋째 날 오전은 일출감상을 하고 일찍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의 목표는 호미곶과 구룡포. 둘 중 어디를 먼저 갈지는 먼저 오는 버스로 결정하기로 했다. 역시 버스정류장으로 이동해서 버스 도착 정보를 살펴보니 보이는 게 없다. 하지만 어제의 경험으로 인해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1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 번호가 보인다. 구룡포로 바로 가는 900번 버스. 이걸 타고 구룡포로 바로 이동했다. 지도 앱에 보이는 이동시간이 거의 1시간 40분이라 꽤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포항 버스는 기어가지 않는다. 번잡한 시내는 물론이고 한적한 도로까지 일단 길이 뚫려 있으면 무조건 달린다. 그렇게 한 시간 만에(!)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 도착했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고 한적했다. 우선 여행자센터로 이동해서 짐을 맡겼다. 이곳 캐비닛에 짐을 보관할 수도 있고 테이블에 앉아 잠깐 쉴 수도 있다. 캐리어 끌고 다녀야 하나 걱정했는데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감탄했다.
가벼워진 몸으로 천천히 구경을 시작했다... 아니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우선 배를 채우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 동백꽃 필 무렵 촬영장소 바로 옆의 카페였는데 진짜 손님이 우리뿐이었다. 덕분에 카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사진 찍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내부의 분위기도 좋았지만 야외 테라스가 너무 훌륭했다.
안쪽에서 바라본 창가 자리.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상주하는 것처럼 보이는 아기 고양이도 만났다. 오고 가는 손님들에 익숙한지 옆에서 온갖 염병을 떨어보았지만 놀랍게도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 고양이었다.
주문한 토스트가 나왔다. 예쁜 하늘 아래 시원한 바닷바람 불어오는 야외에서 먹는 음식이란... 🤤
이렇게 카페에서 한 시간 정도 노닥거리고 쉬다가 나와서 카페 전경을 사진에 담아보았다. 카페 이름은 '까멜리아 인 구룡포'. 그제야 다른 관광객들이 한두 팀 씩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인 가옥거리 뒤쪽으로 있는 곳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우선 방문한 곳은 구룡포 과메기 문화관. 이곳도 사람이 없어 거의 전세 내다시피 해서 구경했다. 전시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는데 아이들이 오면 참 좋아할 것 같다.
사실 이곳에서 제일 좋았던 곳은 전망대이다. 구룡포에서 가장 높은 곳. 사방으로 구룡포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곳이다. 한쪽은 넓게 펼쳐진 바다, 한쪽은 넓게 펼쳐진 산과 밭.
어디를 봐도 멋있고 시원하다.
정말 어촌 느낌 물씬 난다.
다시 바다 쪽으로 내려왔다. 9개의 용 조각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겹벚꽃이 한창 피어있었는데 향이 너무 좋았다. 꽃나무들 뒤로 구룡포 항과 방파제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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