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준) 아침 일찍 10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호텔을 나와 마지막으로 광안리 해변가를 걸어본다.
이날은 하늘이 희멀건하게 흐릿했다.
광안리 바다 물은 그다지 맑지 않은 것 같다. 밀려오는 파도를 보면 모래인지 자갈인지 부유하는 것들이 많다.
민락항 방향으로 걸었다. 오전부터 날이 정말 정말 더웠다. 그냥 가만히 서 있어도 땀 나서 흐를 정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기엔 애매한 거리라서 걷기 시작했는데 금방 지쳐버렸다. 그래도 덥지 않은 날이면 이렇게 바닷가를 따라 걷기 좋은 길이다. 현대 도시적인 감각의 건물도 있고.
반대편엔 전통적인 항구의 풍경도 있다.
저 멀리 길게 뻗은 광안대교 그 너머에 예전에 갔던 이기대가 보인다. 정말 날만 괜찮았어도 훨씬 여유롭게 주변 경치 보며 걸어볼만한 길.
오늘의 목표는 돼지국밥. 부산까지 와서 돼지국밥 안 먹고 가면 서운하다. 광안리에서 유명한 맛집이라는 <수변최고돼지국밥> 집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40분 경 도착했는데 다행히 대기는 없었다. 솔직히 이 때 땀샤워를 하고 있어서 이 상황에 뜨거운 국밥을 먹어야 할까, 고민을 엄청 했는데 음식이 나오고 나서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주문한 것은 항정국밥. 고기가 항정살로만 들어있는데 퍼먹어도 끊임없이 나온다. 육식주의자에게는 최고의 메뉴. 국밥도 김치도 너무 맛있었다. 부산 사람들은 이 맛있는 것을 그냥 동네 나가서 바로 먹을수 있단 말인가... 너무 부럽다.
이렇게 땀 빼고 이른 점심을 먹은 후 향한 곳은 전포. SRT 타기 전까지 시간이 넉넉하게 남아서 뭐할까 고민하다가 얼마전 전포역 근처에 카페거리가 있다는 글을 봤어서 무작정 전포역으로 가보았다. 내가 향한 곳은 8번 출구 방향의 전포 사잇길. 평일이라 그런지 거리는 한적했지만 과연 들은대로 특색있는 카페들이 많은 것 같다.
골목 구석구석 다니며 구경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 때도 거의 더워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으므로 지나다가 맘에 드는 곳을 찍어 들어가기로 한다. 이날 들렀던 카페는 <이고움디저트>라는 곳으로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특징인 카페였다.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한 동안 전세내다시피 혼자 쉴 수 있었다. 직접 만든 디저트가 다양하게 있었는데 아쉽지만 배가 불러서 커피만 마셨다.
카페에서 땀을 식히고 쉰 후 향한 곳은 길 건너 서면. 근처에 메이드바이 서면점이 있길래 그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비슷한 소품샵이 여럿 있는 거 같다. 몇 군데 들러서 구경도 하고 자잘하게 쇼핑도 했다.
서면 역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면 거리 구경도 했다. 서울의 명동이나 강남 같은 느낌이다. 부산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으나 오히려 너무 서울과 별다른 점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그닥 취향은 아니었다. 대신 좋은 점은 먹거리 가게들이 많다는 것.
프랜차이즈가 아닌 빵집이 있길래 들어가보았다. <라푀유크로와상> 크러터바라는 것을 주력으로 밀고 있는 것 같았다. 판매대 위의 빵과 디저트가 정말 다 맛있어보였으나 이번에도 하나만 골라서 먹어보기로 했다.
말차오레오피칸 크러터바. 바삭하고 달달하다. 크러터바는 매장에서 먹고 라우겐 소금 스콘 하나를 포장해왔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다른 빵도 다 맛있을거 같아서 기회가 된다면 재방문 해보고 싶은 곳.
근처 다이소 들러서 집 근처에서 못 찾았던 것을 득템하기도 하고 서면 거리를 조금 걷다 스타벅스로 피신했다. 음료만 3개째 마셨는데도 땀으로 다 배출된 듯. 참고로 이날 선크림은 얼굴에만 열심히 발랐지 팔 다리는 그냥 내놓고 다녀서 그런지 몸에 기미 같은 것이 잔뜩 생겼다. 😂
기차를 탈 시간이 가까워져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이동했다. 밥을 먹기엔 애매한 시간이라 환공어묵에서 어묵을 사서 들고 부산항대교가 보이는 출구로 나왔다. 시원한 바람 맞으면서 탁 트인 사방을 구경하며 어묵을 뜯었다. 똑같은 부산항대교인데 이쪽 방향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소품샵에서 건진 것. 이미 쟁여놓은 다꾸템들이 하도 많아서 진짜 딱 사고 싶은 것만 샀다. 서면 메이드바이, 광안리 에뜨왈 두군데서 구입한 것들.
아무튼 이렇게 1박 2일 무계획 부산여행은 끝났다. 바다와 광안대교는 원없이 봤지만 날이 너무 더워서 밖에 나다니기가 힘들었던 것이 아쉬웠다. 역시 뚜벅이 여행은 좀 쌀쌀할 때 다니는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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