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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by planeswalker 202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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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Oppenheimer (2023)

2023.08.17 CGV 압구정, 아이맥스 관

 

  • 친구가 예매해줘서 아이맥스 관에서 볼 수 있었다. 압구정 아이맥스는 처음. 화면 크기보다 사운드 박력에 더 놀랐다. 좌석의 진동이 느껴질 정도로 소리가 임팩트있게 느껴짐. 사실 화면은 아이맥스 아니어도 크게 상관 없지 않을까 싶은데 비주얼 보다는 사운드 때문에 아이맥스로 볼 만했고 더 몰입감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었다.
  • 영화 자체는 놀란 감독, 킬리언 머피와 로다주, 에밀리 블런트 주연 정도만 알고 갔었다. 중간에 맷 데이먼 닮은 사람이 나와서 영화 끝나고 장군 맷 데이먼 아니었냐고 물어보니 같이 봤던 친구가 다른 유명한 배우들이 어떤 역할로 많이 나왔다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맷 데이먼 말고는 전혀 알아보지 못했는데 내가 특별히 안면 인식 장애라기보단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튀지 않고 극에 잘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정도로 정리하고 싶다.
  • 영화 개봉 전에 "과학"에 대한 영화로 홍보가 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물리학, 양자역학, 원자폭탄 원리 이런거 하나도 몰라도 되는 영화였다. 특히 아이들에게 과학 교육용으로 보여준다는 말은 어불성설. 오히려 냉전 시대, 매카시즘 광풍에 대한 시대적, 역사적 배경을 알고 가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겠다. 과학자인 오펜하이머가 3시간 내내 공산당의 스파이로 지목되어 청문회에서 사생활의 치부까지 다 까발려지며 스파이가 아님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 보면서 제일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고. 서로 반대 위치에 서게 된 스트로스와 오펜하이머의 투 트랙 청문회가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이자 주제가 아닌가 싶다.
  • 그래도 과학자로서의 오펜하이머,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장면들은 순수하게 학자들의 연구가 현실에서 성과를 발휘한다는 면에서 카타르시스가 있긴 했었다. 폭발 실험 장면과 그것이 갖고 온 후폭풍에 대해 영화도 상세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의 서사가 낯익었던 것은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보게 되는 그것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팀을 이끌고 진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필요한 리소스를 산정하고 훌륭한 인적/물질적 리소스를 확보해야 하고, 개성넘치는 인재들을 잘 달래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고, 그 와중에 의사결정권자들이 좋아할 결과물을 그들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 만들어내야 하고, 그 와중에도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와 대치되는 회사 보안 규칙도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나였으면 중간에 못해먹겠다고 때려치고 도망갔을지도... 심지어 프로젝트가 기술적으로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음에도 회사 내부 정치 또는 그 외의 이유로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책임 전가하고 팽하는 것까지도... 와우. 
    연구소 리더로서의 힘듦이 그대로 느껴졌달까, 특히 중간에 동료 과학자가 연구소 나가려고 할 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같은 과학 연구자로서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겠다며 달래는 장면은 엔지니어 출신들이 관리자가 됐을 때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 그대로였다. 실무자들 데리고 일을 하려면 실무를 알아야 하는데 관리 업무에 치여 시간은 없고, 팀원들은 팀장이 예전같지 않게 업무에 이렇다할 기술적인 리딩을 해주지 않아 불만이고. 그 과정에서 관리업무와 실무 사이에서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가 결국 지쳐 떨어져나가는 사람들도 꽤 많이 봤었다.
  • 오펜하이머 이전에 자전적인 책을 통해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에 대해 알게 해준 리처드 파인만이 영화에서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북(봉고) 치는 사람 나오자마자 단번에 알아봤다. 파인만도 자신의 책에서 보안 책임자인 군인들 이 짜증나서 '장난'이라며 엿먹였던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의 책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분위기로 씌여진 책은 아니어서 가볍게 넘어갔지만 영화를 보니 실제로는 꽤 살벌한 분위기였음을 알 수 있다. 
  • 트루먼 대통령의 '징징거리는 애' 멘트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비록 개리 올드만인건 못 알아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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