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여행에서 마을버스가 안 오는 바람에 지하철 수서역에서부터 캐리어 끌고 미친듯이 달렸던 기억 탓에 조금 일찍 나왔더니 무려 기차 출발 한시간 전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어쨌든 수서역에서 엄마 아빠와 무사히 만나서 기차 타고 출발~ 정차역이 최소인 편이었던지라 2시간 만에 11시 조금 넘어 부산에 도착하였다.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근처 본전돼지국밥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웨이팅이 있었는데 다행히 금방 줄이 줄어서 12시 전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원래 엄마는 순대국이나 순대내장이나 곱창 같은거 안드시는 분인데 부산에 온 김에 한번 용기를 내서 트라이를 해보시겠다고 하셨다. 엄마의 우려와 달리 고기가 얇은 살코기 같은거여서 거부감 없이 맛있게 드셨다고. 나야 물론 아무생각 없이 흡입했다. 예전에 혼자 들른 곳이 여기가 아니었었나...? 잘 기억이 안 난다. 훨씬 더 슴슴하고 덜 자극적인 맛이었다. 같이 나오는 부추가 반찬이 아니라 국에 넣어 말아먹는거라고 들어서 이번엔 잘 섞어 먹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지하철을 타고 남포역으로 이동했다. 엄마 아빠는 경로 우대권을 발급 받으셨다. 주민등록증 인증하여 발권하는 기계 나도 처음 사용해봤다.
남포역 출구로 나와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로 향한다. 푸른 바다와 바다 냄새가 반겨준다.

라발스 호텔은 영도 입구에 있어 지하철에서 충분히 걸어갈만 한 곳에 있다. 원래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했지만 방이 준비되어 있어 바로 체크인 하고 짐을 풀 수 있었다. 11층 오션뷰 객실이었다. 바깥쪽 창문 위쪽이 청소가 되어 있지 않아 사진에 오물이 보이지만... 뷰는 꽤 괜찮았다. 더 높은 층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이정도로 만족.

싱글 침대 3개가 나란히 있다. 엄마 아빠랑 같은 방을 써보는게 아주 어렸을 때 이후로 처음인거 같다. 짐을 풀고 양치도 하고 다시 채비를 챙겨서 본격적으로 첫날 일정을 시작하기 위해 나섰다.

호텔을 나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태종대 행 버스를 탔다. 부모님이 버스 카드가 되네 마네 걱정을 하셨지만 아무 문제 없이 찍혔다. 사실 나도 부산 처음 왔을 때 버스나 지하철 기존 카드로도 되는건가 싶어서 걱정했던 적이 있어서 속으로 웃음. 태종대 가는 길은 30분 정도. 벚꽃이 한창이라 영도 거리 풍경을 보는 재미가 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꽃과 멀리 보이는 바다와 탁 트인 시야를 보니 진짜 부산에 온 느낌이 난다.
태종대는 나도 처음 가보는 곳이다. 예전에 행선지에 넣었다가 이기대 산책로에서 개같이 고생하고 바다는 마이 무따 아이가 싶어서 스킵한 곳이다. 관광객들 평가가 극과 극이라 여행 전날까지도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한번쯤 가보는거 어떻겠냐 싶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다. 태종대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길을 따라 트래킹을 해도 되지만 중년/노년 파티인 우리는 다누비 열차를 타기로 했다. 역시 열차를 타고 보니 대부분 나이드신 분들이 많았고 간간히 가족단위, 혹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보였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다. 이튿날보다는 그래도 맑은 편이었지만 겨울에 들러서 보았던 바다보다는 좀 덜 파랗고 뿌옇게 보인다. 미세먼지 ㅅㅂㄻ 그래도 바다를 보는 건 좋다. 바람도 시원하고. 전망대에서 열차를 내려 등대까지 조금 걸었다.

태종대 산책로에는 근처에 살면서 관광객들에게 간식 얻어 먹는 고양이들이 꽤 있었다. 관광지 고양이들답게 다들 친화력 좋고 먼저 다가올 줄 아는 고양이들이었다. 간식 하나 없이 쓰다듬기만 해서 미안했다.

이렇게 다누비 열차로 태종대 코스 한바퀴 돌고 나와 택시를 타고 흰여울문화마을로 향했다. 부산 올때마다 나는 꼭 들리고 싶은 곳. 확실히 계절이 다르니 또 다른 느낌이다. 이렇게 꽃이 많은 동네였구나. 송도 용궁구름다리 폐장 시간인 6시 이전에 케이블카를 타러 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간이 애매하여 이곳의 상징같은 마을 카페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만 직선으로 걸어 구경하였다. 까먹고 모자를 챙기지 못한 나를 위하여 중간에 엄마가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사주셨다.

흰여울문화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정박해있는 배들 덕분에 미니어쳐 같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준다. 서서히 져 가는 태양빛을 직통으로 받으면서 산책을 했다.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받았던 그 느낌대로, 엄마 아빠도 되게 좋은 인상을 받으신 듯 했다.

5시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마을을 나와 택시를 타고 송도해상케이블카에 도착했는데 입구 문이 열리지 않는다?! 휴장이라니 정기점검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요. 분명 여행 계획 짤땐 점검 얘긴 없었던거 같은데... 이럴줄 알았으면 흰여울문화마을을 좀더 느긋하게 즐기다 왔었어도 될거 같은데 너무 억울하다! 혼자 여행 왔으면 내가 또 삽질을 했구나 하고 넘겼을텐데, 나만 따라오는 엄빠가 있다보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고. 그래도 별 말은 안하셨는데 엄마가 갑자기 동래 파전 얘기하셔서 2차 당황 ㅋㅋㅋㅋ. 지도를 보니 동래는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 오늘은 반드시 피자를 먹어야겠다고 온 지라 엄마를 설득해서 국제 시장 쪽으로 이동하였다.

슬슬 걸으면서 시장 구경도 하고 6시쯤 이재모 피자로 이동하였다.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는데, 일단 가게가 엄청 큰 것에 놀랐고 주문과 서빙 자동화에 또 놀랐다. 테이블에서 직접 메뉴를 선택하여 결제까지 할 수 있었고, 피자는 로봇이 가져다 준다. 서빙 로봇이 이렇게 활성화 된 곳은 나도 처음 봤다. 하긴 이 큰 매장을 사람이 관리하려면 직원도 손님도 고생이겠다 싶다.
그리고 피자 맛에 또 놀랐다. 토핑 재료는 무난한 정도였는데 치즈가 환상적인 맛이었다. 피자와 파스타를 시켜서 같이 먹었는데 맨 처음 먹은 피자와 파스타를 먹고 난 이후 살짝 식은 피자도 맛의 차이가 있다. 무조건 피자는 갓 구워나온 뜨끈뜨근한 상태로 다 먹는게 최상의 맛을 볼 수 있다. 여튼 이 곳도 엄마 아빠가 좋아하셨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나와 근처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내일 아침에 먹을 빵도 좀 사고, 영도로 이동하면서 롯데백화점에 들러 역시 아침으로 먹을 음료와 과일을 샀다. 이렇게 쇼핑을 마치고 다시 낮과 똑같은 루트로 호텔로 향했다.

엄마 아빠가 카페에 가자고 하셔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호텔 최상층의 카페에 가기로 했다. 영도 입구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를까도 했는데 스벅보다 훨씬 좋은 선택인거 같다.
29층 루프탑으로 나가면 옥상 정원에서 영도 주변의 야경을 볼 수 있다. 부산 타워, 영도 다리, 부산항 대교가 잘 보인다. 멋들어진 야경 사진을 신나게 찍고 한층 아래인 카페로 내려갔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손님은 몇 없이 조용했고 음료를 시켜 창밖을 구경하며 수다를 떨었다.


야외에 앉아 있기는 아직 쌀쌀하여 음료가 나오기 전에 잠깐 있었는데 야경 구경하기 좋은 장소였다.

이렇게 첫날 일정은 무사히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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